대전광역시와 충청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행정 효율화가 아니라, 광역 경제권 형성과 산업·부동산 구조 재편이라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특히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할 수 있는 중부권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 축이라는 점에서 정부·지자체·시장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산업·일자리 측면 : 분절된 경제권을 하나로 묶다
현재 대전광역시는 연구개발(R&D)·과학기술 중심의 도시 구조를 갖고 있고, 충청남도는 제조업·에너지·항만·농축산 기반 산업이 분포돼 있다. 그러나 행정 경계로 인해 산업정책과 인프라 투자가 분절적으로 이뤄지며 시너지가 제한적이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대전의 R&D 역량과 충남의 산업·물류 기반을 연계한 광역 산업벨트 구축이 가능해진다. 예컨대 대덕연구단지에서 개발된 기술이 충남의 산업단지에서 즉시 실증·양산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정착될 수 있다. 이는 기술사업화 지연 문제를 해소하고, 고급 연구인력과 현장 기술인력이 동시에 유입되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하나의 광역 자치단체로 묶일 경우,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 과정에서 행정·재정적 경쟁력이 강화된다. 산업단지 조성, 첨단산업 클러스터 지정, 공공기관 추가 이전 논의에서도 ‘광역 단위 패키지 제안’이 가능해져 고용 파급 효과가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 중심지 재편과 새로운 성장축 형성
부동산 측면에서도 통합 효과는 주목할 만하다. 현재 대전 도심은 연구·행정 기능이 집중된 반면, 충남 주요 거점 도시는 산업·주거 기능이 분산돼 있다. 통합 이후 광역 교통망과 산업 거점이 연계되면, 대전 외곽과 충남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생활·업무 권역이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광역 철도망, 순환형 도로 인프라가 통합 계획과 맞물릴 경우, 출퇴근 생활권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의 주거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 이는 단기적 가격 급등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주거 선택지 확대와 시장 안정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산업단지 인근 배후 주거지, 연구·창업 인력 대상 임대주택 수요 증가 역시 예상된다.
통합의 전제조건 : 재정 부담과 지역 간 불균형
다만 통합이 자동적으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쟁점은 재정 부담 배분과 지역 간 개발 격차다. 대전과 충남은 재정 구조와 산업 기반이 상이해, 통합 과정에서 재정 이전과 투자 우선순위를 둘러싼 갈등이 불가피하다.
또한 광역 행정 중심이 특정 지역에 집중될 경우, 일부 시·군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지역 내 부동산·고용 격차를 확대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통합 명분 자체를 약화시킬 위험 요소다. 기존 기초자치단체의 행정 권한 축소에 대한 우려, 공무원 조직 개편에 따른 혼란 역시 현실적인 문제로 꼽힌다.
핵심은 ‘통합 이후’의 실행 전략
전문가들은 대전·충남 통합의 성패가 ‘통합 여부’보다 통합 이후 실행 전략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산업·일자리·부동산 정책을 개별 사안이 아닌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행정 통합은 상징적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역 산업 전략, 균형 있는 인프라 투자, 지역별 역할 분담이 명확히 제시될 때 통합은 실질적인 경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전·충남 통합 논의는 이제 정치적 구호를 넘어, 지역 경제의 체질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설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